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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 대피소.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쉽게 올수 없고 오기 위해서는 3시간 정도 차를 타야하고, 5~6시간 정도 산을 올라야 한다. 그래도 그 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만큼 와볼만한 곳이 소청대피소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소청산장을 인수한 후 현대식으로 개축하였고, 화장실 역시 재래식이긴 하지만 상태가 상당히 좋으며 시설도 깨끗해서 직원들이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 느껴진다.

대피소 앞에서 둘러보면, 설악산의 멋진 풍경과 멀리 속초바다가 보이고 구름이 높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눈높이에 있다. 비록 이곳에서는 일출을 볼수는 없지만 반대로 멋진 일몰을 볼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대학교 3학년때 봤던 일몰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구름이 대피소 아래 쪽에 깔려 있고, 그 구름이 빨갛게 물들면서 구름 속으로 해가 내려가는 모습을 그 이후로 다시 보지 못했다. 당시 가난한 대학생이라 사진기가 없어 찍지도 못하고 기억으로만 남겨져 있다.

산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팔기 때문에 등반시 배낭의 무게를 많이 줄여준다. 물론 아주 옛날, 개인이 운영하던 소청산장 (당시는 대피소가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산장이였다.)에서는 술도 팔고 파전도 팔고 했었지만.

매점에서 즉석밥 1개, 물 2리터, 이소가스, 캔커피 그리고 모포 2개를 구입했다.

미지근한 캔커피지만, 소청대피소에서 멋진 풍경을 보며 마시니 참 좋다. 

일찍 와서, 다소 경쟁이 심한 대피소 앞 테이블을 하나 맡았다. 물론 혼자 독점하지 못하고 이 사람 저 사람 같이 동석하게 되지만 지금은 나만 혼자 사용하는 곳이다.

오늘 내가 잠잘 2대피소 413번 1인용 공간이다. 오늘은 남자 40명 여자 15명이 예약했다고 한다. 만실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많다 보니 많은 일들이 있다. 먹지 말라는 술을 먹고 취해서 밤늦게까지 부부 싸움을 하는 커플, 시설이 후지다고 공단직원에게 불평하는 사람 등등. 여기가 대피소지 호텔은 아니지 않나?

저녁으로 대피소에서 구입한 햇반과 아침에 용대리 앞 마트에서 구입한 오뚜기 미역국을 먹었다. 

안 맞는 조합이긴 하지만 미역국에 쏘세지 하나 넣어서 단백질을 대신했다. 주변을 보면 대부분 간편식으로, 집에서 가지고온 간단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몇몇 분들은 산에 온건지 고기와 술을 먹으러 온건지 헷갈릴 정도로 저녁 식사를 과하게 하시는 분들이 있다. 남에게 불편을 주지만 않으면 상관 없겠지만, 그러한 식사 자리는 늦게까지 계속 이어지고, 고기만 먹지 않고 물병에 술을 담아와서 먹으며, 본인들은 모르겠지만 목소리는 커져가고 대피소 안에서도 술 기운이 쉽게 가라 앉지 않아 남들에게 피해를 준다.

저녁먹기 전까지도 하늘이 맑았는데 갑자기 구름이 많아지고 결국 일몰을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나름 멋진 모습을 식사후에도 계속 눈에 담았다.

4시쯤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안개가 잔뜩 끼었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려나 했지만 달라질것 같지는 않다. 일출을 보러 대청봉에 갈까 하다가 어차피 이정도 안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어 대청봉 올라가는 것은 뒤로 미뤘다.

시간이 가면서 안개가 서서히 걷힌다. 

아침 5시 30분. 대피소에서 먹는 라면은 정말 맛있다. 이번에 코펠도 특별히 1인용으로 구매해봤는데, 라면하나 끓이기에 딱 정당한 크기다. 코펠에 비해 스토브가 너무 크다. 다음에 혼자오게 되면 스토브도 1인용에 맞게 구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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