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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더위도 어느 정도 지나고 슬슬 시원해지려는 시점인 8월말에 1박 2일로 설악산 백담사에서 출발해서 소공원에 도착하는 설악산 종주를 하였다.
무더위는 지났다고 하지만 아직 여름임이 분명하고, 주중에 계속해서 내린 비로 살짝 망설여지기도 했으나, 항상 가야하는 이유보다 가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는게 인간의 본성이기에 결심하고 출발하였다.
금요일 아침 동서울에서 백담사로 가는 6시 48분 첫차를 타고 9시에 용대리에 도착, 9시 30분 마을버스를 탑승하고 10시부터 백담사 앞에서 등반을 시작하였다.
전두환이 백담사에 오면서 용대리에서 백담사로 가는 도로가 뚫리고, 버스를 마을에 기증하면서 마을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하였다. 예전 대학교 시절, 동서울에서 오후 버스를 타고 용대리에 가서 백담산장까지 3시간을 걸어 들어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편해졌다. 2박 3일 산행이 1박 2일에 가능해진 이유이다.
15분 가량 계곡을 지나면 백담사 입구에 도착한다. 주중에 비가 왔음에도 물이 많지가 않다.
오늘 갈 코스는 백담사에서 영시암 - 수렴동 대피소 - 봉정암 - 소청대피소 코스이다. 안내도상으로는 약 6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나온다. 봉정암 도착하기 전부터 소청까지가 최고 난이도를 보인다. 10시에 산행을 시작하였으니 소청대피소에 4시쯤 도착할 것이다. 시간 단축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천천히 풍경을 보면서 올라가기로 한다.
백담탐방지원센터 앞에 왔다. 예전에는 백담산장으로 운영되던 곳인데 재정난으로 문을 닫고 지금은 탐방지원센터로 그 모습이 유지되고 있다. 다른 탐방 지원센터가 현대식 건물인데 여기만 유독 돌담을 사용하는 이유가 새로 지은것이 아니라 백담산장을 일부 수리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백담산장은 용대리-백담사에 버스가 생기면서 타격을 입은 곳이다. 그 전에는 많은 산객들이 용대리에서 백담산장까지 3시간 정도 걸어와서 1박을 하던 곳이고 나 역시 1박을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 지금은, 설악산에 사설 산장은 모두 없어지고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대피소만 남아 있다.
입구에서 무게를 재보니 5.7kg이다. 이것 저것 넣고 싶은 유혹을 참고 자제했더니 나름 선방했다. 옛날엔 어떻게 70리터 배낭에 짐 잔뜩 넣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이틀 동안 설악산에서 수 많은 다람쥐를 만났다. 지나갈 때마다 도망가는게 아니라 뭔가 달라는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와서 한참 응시하다가 간다. 아마도 많은 산객들이 먹이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영시암에 도착했고, 여기서 멧돼지를 만났다. 조용히 가길 기다리다가 계속 산행을 했다.
수렴동 대피소에 도착했다. 수렴동 대피소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지금까지는 숲길 산책 정도의 난이도이다.
걸으면 걸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되는 느낌이 든다. 힘든 기분보다는 잘 왔다는 생각과 왜 자주 오지 못했을까 하는 반성을 한다. 등산 인구가 많아지면서 어느 산을 가나 많은 사람들을 등산로에서 만나는데, 백담사에서 소청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한가로우며 나혼자 이 풍경을 독차지하고 있다.
특히 음악 틀어 놓고 다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저 듣기 싫은 소음을 들으며 몇시간씩 같이 갈 생각을 하면 짜증이 나는데, 이번에는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본인한테는 음악일지 몰라도 남에게는 소음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
봉정암에 다가올 수록 길이 험해지기 시작한다. 잘 정비되어 있던 등산로도, 돌길로 바뀌고 이때부터 무릎과 발목을 조심해야 한다. 일부 구간은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다.
큰 나무가 넘어져서 등산로를 막고 있는데 나무를 자르거나 치운것이 아니라 "고객를 숙이면 부딪치지 않습니다"라는 표지를 붙였다. 좋은 문구인것 같다.
봉정암을 500미터 남긴 지점, 해탈고개 일명 깔딱고개이다. 여기부터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짧은 구간이지만 쉽지 않다.
천천히 고도를 높이다가 해탈고개부터 고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동시에 멋진 전망도 나온다. 계곡 길을 계속 걸으며, 폭포와 절벽과 푸르름을 봤다면 지금부터는 하늘과 봉우리들을 볼 수 있다.
봉정암에 도착했다. 예전 9월 추석 명절날 백담사에서 올라오다가 폭우를 만나 저체온증과 몸이 지쳐서 이러다가 죽는구나 생각했을때 이곳에 도착하였고 여기서 휴식을 취하면서 힘을 얻어 소청산장까지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찰이라고 한다.
봉정암를 지나 소청대피소로 길을 계속 간다. 역시 만만치 않은 길이고 돌길에 경사는 가파르다.
오늘의 목표 소청대피소 도착. 날씨가 좋고 미세먼지도 없어서 가시거리도 상당히 좋다. 멀리 속초바다가 보인다. 8월 말임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쌀쌀하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좋아하는 멋진 곳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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