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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둘레길 3코스 완주를 실패 한 이후 모든 것을 쉽게 보면 안된다는 반성과 함께 또한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즐겁고 재미있으려고 하는 건데 목표를 너무 과하게 잡으니 힘들어지고, 충분히 열심히 운동하고 재미있었음에도 기쁘지가 않았다. 그래서 다음에 둘레길을 걸을 때는 충분히 잘 준비하고, 목표를 과하게 잡지 않기로 했다.
모처럼 맞이하는 광복절 공휴일에 자전거를 탈까 하다가 둘레길을 한번 더 걸어보겠다 마음 먹고 4코스 중 전반부에 해당하는 4-1 코스를 걸었다. 지도를 살펴보면 수서역에서 시작해서 사당역에서 끝난다.

정보에 의하면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게 횡단하는 코스이며 총 길이는 18.3km 예상 시간은 8시간 10분이다. 트랭글 앱에는 6시간으로 나와 있다. 난이도는 "중". 전체 코스가 대모산 구룡산 우면산을 둘러 가게 되어 있고, 양재시민의숲 근처에서 도심 구간이 있다. 대략적으로 살펴봐도 수서역과 사당역 근방에 식당이나 편의점을 찾을 수 있어 보이고 그 외 구간은 모두 산길이다. 
예전 같으면 4코스 전체를 한번에 걷겠다고 나서겠지만, 3코스 완주 실패 이후 가볍게 4코스의 반인 4-1만 돌기로 했다.
4코스는 다음과 같이 세부적으로 나뉜다.

코스거리소요시간코스 설명
4-110.7 km4시간 50분수서역-대모산 - 구룡산 - 양재시민의 숲
4-27.6 km3시간 20분양재시민의 숲 - 우면산 - 사당역

수서역에서 양재시민의 숲은 몇번 걸었던 적이 있다. 둘레길은 아니고 대모산 정상과 구룡산 정상을 타는 코스이다.

[등산] 수서-대모산-구룡산-양재(코트라) (tistory.com)

[등산] 수서-대모산-구룡산-양재(코트라)

금요일날 하루 종일 비가왔다. 코로나19로 인해서인지 봄날 황사도 없고 날씨와 미세먼지 상태도 좋았다. 거기다 비가 오니 주말에는 날씨가 정말 좋을거라 생각되었는데, 역시나. 토요일 아침

mostadmired.tistory.com

포스팅은 한번 했지만 실제로는 여러 번 다녔던 길이고 둘레길은 정상이 아니라 옆으로 비켜가기에 아마도 그 때보다는 더 쉬울거라 예상하지만, 자만히자 않기로 하고 4-1 코스만 걸었다.
 수서역 6번 출구로 나와서 조금 남쪽으로 걸으면 코스의 시작이 보이고 바로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우체통이 보인다.

3코스를 걸으면서 스탬프 북을 잃어버렸는데 다행히 여분으로 하나 더 챙겨 둔 것이 있어서 다시 스탬프 투어를 시작할 수 있다. (스탬프 북은 1코스 시작 지점과 양재시민의 숲 2군데에서만 받을 수 있다.) 스탬프가 참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찍는 재미가 있다.

4코스는 처음부터 계단으로 시작한다. 초반에는 급경사 계단이 계속 되어서 약간 힘든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이 이후부터는 얕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고 일부는 평지도 많아서 크게 어렵지는 않다.

계단을 올라가면 숲길이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조망도 당연히 없다. 대모산 정상과 구룡산 정상을 지나는 코스는 그래도 서울 강남지역을 바라 볼 수 있어서  보는 재미와 산타는 재미가 있지만 4코스 둘레길은 푸른 숲길을 산책하듯 걷는 다는 느낌으로 다녀야 한다. 아마 화려한 조망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코스이다.

지나다니시는 분들 중에 상당히 많은 분들이 운동화를 들고 맨발로 다닌다. 그 만큼 돌이 없고 흙길이며 잘 관리되고 있고 걷기 편해 보인다. (사실 맨발로 걷는 것의 장점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지압 효과와 혈액 순환에 좋다고 하지만 쿠션 없이 오래 걷게 되고, 다칠 위험도 있고, 발목도 보호하지 못할텐데...) 

서울둘레길임과 동시에 강남둘레숲길이다. 둘레길 표시가 없으면 강남둘레숲길 코스를 쫓아가도 된다. 거의 유사한데, 둘레길 표시가 트랭글 지도 및 네이버 지도와 안 맞는 구간이 있었다. 살짝 망설이다가 트랭글 지도를 쫓아갔다.

유일하게 있는 잠실 롯데 타워 조망. 아주 살짝 하늘이 보인다. 대모산 정상과 구룡산 정상에서는 더 멋진 뷰를 제공하지만 천천히 둘러가는 둘레길의 매력을 오늘은 느껴보려 한다.

지나가면서 약수터가 몇군데 나왔는데 모두 음용불가라고 써있다. 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와서 물을 마신다. 음용불가인데 먹어야겠다라고 말하는 걸 보니 먹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아는 것 같은데... 다들 가치관이 틀리니 맞다 틀리다 말할 수는 없지만...

아침에 집 앞에서 포장해온 김밥을 간단히 간식 겸해서 먹었다. (김밥 펼치다가 잘못해서 반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ㅠㅠ)

우면산 산사태 이후 대모산, 구룡산, 우면산에 아래 사진과 같은 인위적인 물길 공사가 많이 되어 있다. 생각 보다 많은 곳들을 저렇게 파헤쳐서 임의로 골자기를 만들었는데 저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저렇게 까지 해야 하는지...

대모산 구간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인기 있는 서울 근교 산행 코스여서 그런지 몰라서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중간 중간에 휴식을 위한 벤치와 테이블도 많고 "대모산 도시 자연 공원" 이라는 곳인 꽤 재미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여러 놀이기구도 마련해 놓았다.

대모산 구간을 지나 구룡산 구간에 진입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바닥은 돌이 많고, 등산로는 좁고, 풀도 많다. 아마도 사람이 대모산에 비해서 많이 다니지 않아서 그런듯 싶기도. 맨발로 걸어다니는 분들은 구룡산에서는 보지 못했다.

맨발로 걷기 힘들어지는 코스를 계속 걷다 보면 내려가는 계단이 나오고 여기서 거의 등산 구간은 끝이 난다.

하산 코스는 서초구 염곡동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안쪽에 꽤 좋아보이는 주택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주택가임에도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식당도 없고 편의점도 없다. 여기서 음식물이나 수분을 보충하려고 계획하면 안된다.

양재대로를 육교로 건너면 북쪽으로 현대차그룹 본사 건물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성남 넘어가는 길이 보인다. 20대 때 버스타고 참 많이 다녔던 곳인데.

여의천을 이용해서 양재시민의 숲까지 걷게 된다. 여의천은 남쪽으로는 청계산까지 가고 동쪽으로는 내곡동까지 간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날이 여전히 더워서 인지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다.

정말 오랜만에 와본 양재시민의 숲. 몇십년 만인듯. 대한항공 피격 추모비, 삼풍백화점 추모비, 우면산 산사태 추보미 등 크고 작은 사건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둘레길을 걷지만 마음 단단히 먹으려고 트렉킹화를 신고 나왔다. 확실히 운동화에 비해서 산길을 장시간 걷는데 훨씬 편하고 안정적이다.

오늘의 목적지인 양재시민의 숲의 4-1구간 마지막 스탬프 우체통에 도착했다.

서울둘레길 안내소도 보인다. 여기서 스탬프 북 수령이 가능해서 혹시나 싶어 몇개 챙겼다. 여전히 지도는 인기 없는 중국어 버전과 일본어 버전만 있고 영어 버전과 한국어 버전은 없다.

오랜만에 온 양재시민의 숲을 잠시 걸어보고, 물도 한모금 마시고 쉬었다고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 역을 이용해서 집으로 돌아 갔다.

트랭글앱 기준으로 10.4 km를 걸었고 3시간 26분이 걸렸다. 공식 가이드에 있는 4시간 50분에 비하면 1시간 25분 정도를 단축했다.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지만 특별히 크게 힘든 구간이 없어 보인다. 오랜 시간 조망 없는 숲길이라 다소 지루한 느낌도 있지만 덕분에 햇빛에 노출되지도 않고 시원한 느낌을 받으며 걸었다.
사실 양재시민의 숲에 도착해서 체력도 남았고 시간도 많이 있어서 4-2 구간을 마져 걸으려고 했으나 괜히 욕심 부리지 않고 여기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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