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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넘게 폭염과 장마로 밖에 나가는 것을 계속 미루다가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주말 토요일 서울둘레길 3코스를 돌기로 마음 먹었다. 나랑 사실 아무 상관 없는 잼버리도 끝나고 태풍도 지나가고 모처럼 토요일날은 비도 안오고 날도 시원해 진다길래 둘레길 걷기 딱 좋다 싶었다.

둘레길 3코스 난이도는 "하"이다. 길이는 25.6 km. 둘레길 8 코스 보다는 짧지만 8코스는 한번에 완주 못하고 두번에 나눠서 하기에 그것까지 고려하면 코스 상으로는 제일 길다. 지도를 보면 광나루역에서 출발해서 고덕산과 일자산을 지나는데 높이가 100미터 내외의 산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곳을 지난다. 그 외에는 도심이거나 평지라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식당이나 편의점도 많을 것 같아서 가볍게 산책한다는 기분으로 갔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완주에 실패했다. 둘레길은 둘레길이였고, 준비성 없이 25 km를 걷겠다고 생각한 나의 잘못이 크다.
편의점을 믿고 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냥 집에 돌아다니는 슬링백에 우산, 모자, 보조배터리 정도만 준비해서 집을 나섰다.

지하철 광나루역 2번 출구로 나오면 3코스가 시작된다. 어렸을 때 살던 지역이라 나름 추억이 있어서 인지 광나루 근방으로 오면 평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시작은 좋았다.

도보로 광진교를 건너게 된다. 광진교 북단에 있는 버터 버거.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곳으로 한강 자전거 도로를 타다가 빠져서 여기서 버거를 먹었었다. 양이 넉넉하고 맛도 좋은 곳이지만 오늘의 목적지는 아니기에 패스.

광진교 북단 앞에서 3코스 스탬프를 찍었다. 3코스는 스탬프가 4번 찍어야 한다. 다른 코스가 3번인 것을 감안하면 코스가 길긴 길다.

광진교는 처음 걸어본다. 자전거로 잠수교, 잠실철교 그리고 영동대교 등을 건너다녔지만 도보로 건너는 건 처음이다. 광진교는 아주 어렸을 때 무너져 내려서 다시 건설했다. 성수대교가 무너진것 에 묻혀서 안 알려져 있지만 아주 어렸을 때 무너졌었던 기억이 있다. 오래 살다 보니 여러가지 일이 기억난다.

한쪽 인도는 자전거도 못 다니게 통제하고 있고 인도도 다른 한강 다리에 비해서 폭이 넓은 편이다. 중간에 휴식 공간과 전망 공간도 만들어서 사람들이 편하게 건너다닐 수 있도록 조성했다. 좋은 아이디어와 시설이라 생각한다.

광진교를 지나 한강 남단의 한강공원에 도착했다. 태풍이 지나갔다고는 하나 아직 흐리고 비가 살짝 내린다. 덥지 않아 좋지만 너무 습해서 살짝 힘들지 않겠구나 싶었다.

자전거를 타고 참 자주 다녔던 곳이다. 탄천으로 해서 잠실지구를 지나 암사 지구까지 왔던 곳인데 걸어서 오니 새롭다. 토요일 주말임에도 사람이 별로 없다. 아직 덥고, 태풍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암사나들목 쪽으로 빠져나와 도심 구간을 거쳐 암사선사유적지를 지난다. 대학시절 발굴을 하고 개발을 하던 곳인데 관리가 잘 안되었는지 수풀이 우거지고 사람도 없어 보인다. 

계속 가다보니 헷갈리는 길이 나온다. 철조망으로 막혀 있어서 옆쪽으로 걸어갔는데 코스가 아니였다. 다시 되돌아와 보니 철조망에 둘레길 표시가 붙어 있다. 차가 다니지 못하도록 막아 놓은 것이데 사람은 저 기둥 옆으로 돌아서 들어가야 한다. 

계속해서 공사 구간이 나온다. 위례지구, 암사지구 등 서울 외곽지역이 한참 개발중임을 알 수 있다.

옛날 미사리 갈때 차로 운전해서 가던 길 옆으로 조그마한 산길이 나오고 여기서부터 고덕산이 시작된다. 높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움직여서 인지 살짝 숨이 차다. 건너편 구리시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아래와 같은 나즈막한 산길이 계속 된다. 사실, 이러한 길을 조금만 더 걸어가면 쉴수 있는 카페나 편의점 혹은 식당이 나올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러한 길이 계속 된다. 고덕산이 높지는 않지만 코스가 길다.

멋진 카페가 나온다. 우드멜로우. 들어갈까 말까 생각했지만 좀 더 가면 저렴한 카페 혹은 편의점이 나올거라 믿고 계속 갔는데 사실 내가 걸었던 길에서는 이 카페가 마지막이였다.

아름다운 산길이 계속 되고, 피톤치드도 가득하고 사람들도 없어서 먼지 없이 천천히 걸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지만 슬슬 지쳐간다. ㅠㅠ 광나루역부터 여기까지 물을 마시지 못했다.

한영 고등학교가 나왔다. 학교 근처라 뭐가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니였다. 

천호대로 앞에 있는 꽃을 파는 농원들이 모여 있는 곳까지 왔다. 지도상으로 보면 고덕산 코스를 지나 일자산 코스 시작하기 전이고 3시간 동안 물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걷고 있어서 많이 지쳐버렸다. 3코스의 절반 정도를 걸었고 3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여기서 그만하고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게다가 비도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가장 쉬운 코스를 완주하지 못했다. 게다가 1코스 부터 잘 찍어왔던 서울둘레길 스탬프 북을 분실했다. 여러모로 아쉬운 코스다.
 
결국 나의 자만심, 게다가 난이도 '하'에 대한 얕잡아 봄이 문제였다. 항상 준비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해야 하는데 그걸 잊었다. 다시 잘 준비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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