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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슬슬 마무리하는 시점에 제주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얼마전 인스타그램에서 제주 올레길 9코스가 변경되었다는 얘기와 군산오름이 코스에 포함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고, 제주에 오니 변경된 새로운 코스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군산오름은 내가 제주에서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이고 그 동안 차로 오름 정상 밑의 주차장까지 가서 쉽게 올라가던 곳인데 걸어서 올라간다는 생각에 기대가 되었다.
https://www.jejuolle.org/trail/kor/board/board_view.asp?fk_idx=8&search_idx=7723
올레길 9코스는 기존에는 6.1km로 짧지만 난이도가 있는 코스였다. 코스가 짧다보니 소요 시간도 2시간 정도로 빠르게 탐방할 수 있고 중문/예래와 화순에 자리 잡고 있어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지만 다른 코스에 비해 특색이 없다 보니 인기 있는 코스는 아니다. 게다가 박수기정의 사유지 통과 문제로 이전에도 코스가 변경된 이력이 있다.
위의 올레 공식 설명과 같이 박수기정의 우회로의 매력이 떨어져서 다른 경관 구간으로 변경하였고 그 길이는 11.8km로 기존보다 4.7 km가 늘어났다. 덕분에 탐방 시간도 한시간 정도 추가로 소요된다.
내가 묵고 있는 중문에서 531번 버스를 타고 종점인 대평포구에 내려 올레길 9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코스가 변경되었음을 표시하고 있지만 카카오맵이나 네이버지도에는 2021.11.11 기준으로 예전 코스를 그대로 안내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변경된 지도는 오직, 9코스의 시작되는 부분에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아마도 카카오/네이버 모두 곧 업데이트가 되겠지만..)
대평포구를 지나 코스를 걷기 시작하면 바로 관목 지역이 나온다. 양 옆으로 높은 관목들이 있어서 사실 조망이 별로 좋지 않고, 포장이나 정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운동화가 아닌 최소 트랙킹화가 있으면 좋을것 같다.
근처에 소를 방목해서 키우는 곳이 있어서 길바닥에 소똥이 어마 어마하게 많다. 슬리퍼로 간편하게 걷는 것은 안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길 자체도 그리 좋지 않으니 튼튼한 신발을 신는게 좋다.)
좀 걷다 보면 슬슬 군산 오름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오는데 평소에 운동을 안하거나 오랜만에 걷는 사람들은 다소 어렵게 느껴질 구간이 시작된다. 군산 오름을 바라보면서 걷는다.
새로 편입된 올레 코스이다 보니 길이 잘 정비되어 있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레길을 따라가기 위한 표시가 잘 되어 있어서 지도를 보지 않아도 길을 잃고 헤맬 일은 없어 보인다. 아래 사진처럼 비온 다음날이라 그런지 진흙 길이고, 길 중간 중간에 소똥들이 엄청 많다. 진흙이랑 소똥이랑 구분이 안될 정도이다.
뒤로는 산방산이 보인다. 산방산을 뒤로 하고 계속 군산오름 정상을 향해 걸어가는데, 다른 올레길에 비해서 언덕이 가파른 편이다. 제주올레 홈페이지에 난이도가 최상급으로 분류되어 있는 이유가 다 있다.
군산오름 정상 앞 주차장에 도착했다. 대평포구에서 출발한지 약 1시간 40분만이다. 차를 가지고 오를 수 있는 몇 안되는 제주도 내의 오름이라 주중에는 한가하지만 주말에는 사람들과 차로 가득하다. 1개 차로로 올라가고 내려가야 하니 차가 서로 뒤엉켜 하산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 오늘은 이렇게 걸어서 올라오니 성취감도 있고 상쾌해서 좋다.
군산오름 정상 근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계속 나머지 코스를 탐방하였다. 나머지 코스를 탐방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이다. 시간 상으로 군산 오름 정상 부분이 중간 쯤에 위치해 있다. 이 이후에는 길이 내리막에다가 평지여서 길이는 더 길지만 소요 시간은 훨씬 짧다.
군산오름을 하산하면 안덕 계곡을 지나 화순 금모래 해변까지 쭉 이어진다. 이 구간은 평지에다가 길도 잘 정비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9코스의 끝이자 10코스의 시작인 올레 안내센터에 도착했다. 총 시간은 3시간 10분. 총 이동 거리는 12.4km 이다. 평균 4km 정도의 속도로 이동했으니 군산오름의 등반 코스를 감안해도 빠르게 올레 코스 1개를 완주한 것이다. 다른 코스가 대부분 5시간 정도로 구성되어 있는 것에 비하면 비록 거리가 늘어났다 해도 여전히 짧은 편에 속한다.
안내 센터 옆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중문쪽으로 복귀해서 늦은 점심을 돈까스 (연돈 아님)로 해결했다.
9코스를 완주하고 생각보다 괜찮은 코스로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생각된다. 군산오름이 추가된 것만으로도 한번 쯤은 걸어 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며 왜 이제야 변경했는지 아쉬울 정도이다. (바뀌기전에 9코스를 돌았을 때는,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 아마도 그동안 올레 코스 중 제일 별로 였던 기억이 있다.)
그 동안 사유지 출입 문제로 많은 갈등이 있었던 올레길 9코스가 이젠 그런 문제 없이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귀포 지역에 빠른 시간에 올레길 코스 하나를 완주하길 원한다면 9코스를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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