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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올레 패스포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구입하였다. 올레 코스가 자주 바뀌다 보니 오래되어서 현재와는 많이 다르기도 했고, 새로운 기분으로 패스포트를 구입하면 열심히 더 잘 걷게 되지 않을까 싶어 올레길 4코스의 시작 지점인 표선 안내센터에서 구입하였다.
사실 그동안 패스포트를 가지고 다니지도 않았고 도장이나 인증 사진을 찍지 않았던 이유는, 언제부턴가 올레길을 걷는게 혼자 자연을 보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숙제하듯 하나 하나 정복해 나가는 것이 되고, 하나라도 더 돌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어느 한 식당에서 "여기 올레 몇 코스 시작 지점이 어디인가요?"라고 물었는데, 식당 주인분께서 "제주도 온 사방이 올레길인데 뭐하러 올레길을 찾아다니냐고, 그냥 지금 걷는 곳이 올레길이라 생각하고 걸으라"는 대답을 듣고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아마 그 이후로 올레길을 의식하지 않고 걸었던 것 같고, 방향을 바꿔서 가보고, 혹시 들어가보고 싶은 골목길이 있으면 가보는 식으로 참 열심히 걸어다녔던 것 같다. 특히 일년에 3~4번 오는 중문 근처를 1~2시간 산책만 해도 너무나 좋았다. 꼭 멀리 가서, 원점 복귀를 고민하면서 걸을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런데 패스포트를 구입한 이유는 그냥 올레길이 고마워서였다. 가격이 2만원이니 사실 수첩치고는 비싸다. 아마도 어디선가 꽤 비싸다는 불만의 리뷰글이나 SNS 글이 올라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잘 관리되고 정비되는 길이 아무런 비용 없이 걸을 수 있는게 다 이러한 패스포트 같은 물품을 구입하고 후원하고,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의미로 2만원은 전혀 비싼 가격이 아니다.
패스포트를 구입했더니 선물이라며 큰 봉투를 준다. 올레길을 걸으며 담배 꽁초나 쓰레기를 줍기 위한 팩이라고 하는데, 안을 열어보니 목장갑, 비밀봉지, 그리고 단백질 음료 등이 들어있다. 생각지도 못한 사은품을 받아서 기분이 좋다. 아마도 필립모리스에서 후원한 것 같은데 ㅎㅎ
여권을 사면서 9코스에 대해서 올레지기님과 얘기를 좀 나눴고, 분명히 새로운 코스가 반영된 최신 버전이라고 확인 받고 구입했는데, 집에와서 열어보니 옛날 코스 그대로이다. 음 ㅠㅠ
위의 사진 처럼, 군산오름이 아닌 월라봉이 그대로 있고, 거리도 6km로 표기되어 있다. 뭐, 2만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분명 업데이트 되었다고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살짝 아쉽다.
사유지 문제로 많은 항의와 갈등이 있었던 올레길 9코스가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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