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관중 "삼국지" (이문열 평역) 10 - 강추!

삼국지 10. 오장원에 지는 별

 

이문열 평역 삼국지는 1권에서 시작해서 7권에 이르러 가장 최고점을 찍다가 8권에서 부터 재미나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가장 큰 이유는 8권에서 부터 우리가 아는 삼국지의 큰 축들이 죽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관우, 장비, 조조가 죽고 뒤이어 유비가 죽으며 마지막 10권에서 조자룡과 제갈공명이 죽는다.

주인공 역할을 하는 인물이 죽어서 흥미가 떨어진 것일 수도 있지만 역사적으로도 해당 시기는 지루한 국지전만 계속되고 큰 전쟁, 그리고 계략 등이 없는 삼국의 구도로 평온한 시기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로 인해 소설의 흥미가 떨어져서인지 연의의 저자 나관중은 사실에 없는 많은 이야기들을 집어 넣었고 재미와 함께 삼국지연의가 추구하는 유비, 관우, 제갈공명의 업적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1권부터 7권가지는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의 이야기인데 비해 8권부터 10권까지는 각 사건마다 몇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을 정도로 역사적으로 흐름이 더디다.

 

 

유비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유비의 아들을 왕에 세우고 또한 위나라를 쳐서 영토를 확장하려고 제갈공명이 노력하지만 위나라의 새로운 인물인 사마의의 계략과 전략에 번번히 실패하고 만다. 특히 촉의 2대 왕인 유비의 아들은 주변의 간신의 말에 휘말려서 다 이긴 전쟁을 중단하고 돌아오게 만드는데 이러한 일이 여러번 반복된다.

뿐만 아니라 제갈공명의 계책으로 사마의와 위나라의 대군을 상대로 화공술로 크게 이길 기회가 있었지만 때마침 소나기가 퍼부어서 실패하는 등, 여러가지 이유로 지루한 공방전만 계속하며 전혀 영토를 늘리지 못하고 제자리만 지킬 뿐이다.

6번이나 기산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지만 끝내 실패하고 제갈공명은 병들어 죽는다. 제갈공명이 죽은 이후 촉나라는 심한 분열을 일으키고 조조가 세운 위나라는 세력 다툼에 휘말린다. 뿐만 아니라 오나라 역시 손권이 죽은 이후 물려 받은 아들들이 폭정이 이어져 나라가 기울기 시작한다.

 

10권에서는 굉장히 아이러니한 일들이 일어나며 삼국지의 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 후한이 십장시(환관)에 의해 부패하고 타락하여 끝내 멸망했고 이를 회복하고자 일어난 것이 유비인데 유비가 세운 촉나라는 유비의 아들이 환관의 말에 농락당하면서 끝내 나라의 힘을 잃고 세운지 50년 만에 망한다.
• 특히 제갈공명이 죽은 이후, 강유와 같은 충신의 말은 듣지 않고 환관과 주변 신하들의 말에만 의지하다가 전쟁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아 싸워보지도 않고 위나라에 스스로 항복한다.
• 조조는 후한의 황제를 자기 맘대로 했으며 황후를 때려 죽이는 등 황제에게 온갖 나쁜짓을 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위나라의 황제 조씨 일가는 군권을 장악한 사마의 일가족에 의해 황후가 살해 당하고 황제가 살해 당하며 뒤이어 오른 황제는 끝내 폐위 되어서 쫓겨나고 위나라는 망하게 된다.
• 오나라 역시 손권이 죽은 이후 자손들이 나라를 물려 받았으나 국력을 낭비하고 매일 잔치를 벌이고 신하들을 함부로 죽이다가 결국 위나라에게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스스로 항복한다.

 

결국 삼국지의 모든 영웅들은 죽고, 그들이 세운 나라들 역시 모두 멸명하고 어느 누구 하나 통일을 이루지는 못한다. 특히 촉나라는 환관의 농락에 의해 나라의 힘을 잃고 망하고, 위나라는 군권을 장악한 신하에 의해 망하는 것이 흥미롭기도 하면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삼국을 통일한 것은 위나라 황제를 폐위시키고 서진을 세운 사마의의 후손들이며 여기서 삼국지는 끝나지만 서진 역시 내분으로 30년 만에 멸망하고 중국은 다시 분열되어서 오호십육국 시대를 맞이 하게 된다. 중국역사상 세번째로 빨리 멸망한 통일 국가가 바로 서진이다. 

 

9월 중순부터 읽기 시작해서 2달여만에 4000여페이지의 삼국지를 다 읽었다. 대학생때 너무나 좋아했던 이문열이였지만 정치적으로 호불호가 강했고 최근에는 그 이미지가 더 강해진것 같다. 그러한 호불호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참 재미있고 읽는 내내 즐거웠다. 삼국지연의 자체가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스토리도 탄탄하며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여러가지 허구들을 섞어서 재미있을 수 밖에 없고 이문열 역시 이를 고증하고 다른 삼국지 버전들과 비교하면서 평역을 잘 넣은 것 같다.

 

1권을 읽을 때 삼국지는 젋어서 읽고 나이 들어서는 읽지 말라는 얘기가 이 책을 읽어가면서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