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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삼국지를 읽기 시작했다. 도서관에 가서 읽을만한 책이 없나 하고 서가를 훑어 보던 중, 새로 삼국지 (이문열 버전)가 들어온 것을 확인했다. 아마도 기존 책이 너무 낡아서 새로운 책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새로 구입한 책이라 그런지 책상태가 매우 좋았고, 요즘 1000페이지가 넘어가는 책들을 자주 읽다 보니 10권짜리 시리즈도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전체 페이지로는 약 4000 페이지 정도 된다.

삼국지야 워낙 유명하고 게임으로도 영화로도 소설로도 만화로도 읽었던 거라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은 없지만 어른이 되어서 읽는 삼국지는 큰 차이가 있을거라 생각하며 읽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평역자인 이문열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다. 대학시절 이문열 책을 안 읽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우리 세대에게는 영향력이 큰 인물이였고, 지금도 그 기억이 남아있지만 안타깝게도 정치적으로는 너무나 편향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최근 호불호가 굉장히 큰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1권 제일 첫부분 "삼국지를 평역하면서"를 읽어보면 4년 4개월동안의 시간이 걸렸고 자료를 수집하고 번역을 하고 여러가지 판본을 구해서 읽어보는 등의 노력이 쓰여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젊어서는 삼국지를 읽고, 늙어서는 삼국지를 읽지 말라

 

이 말의 의미는 그만큼 삼국지에는 젊은이들의 용기와 포부를 길러주고 지혜와 사려를 깊게하는 어떤 것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많은 한자와 고어 같은 표현 그리고 웬지 사극을 보는 듯한 문장들이 쉽게 눈에 와 닿지 않았지만 한 30~40 페이지 정도 읽다 보니 스토리에 매료되기 시작했고 잘 모르긴 하지만 한자도 읽어보게 되고 문장들도 익숙해졌다.

1권에서는 삼국지의 주요 인물들이 나온다. 순서 상으로 다음 인물들이 소개 된다.

 

유비, 공손찬 - 조조 - 손견 - 장비, 관우 - 원소 - 동탁 - 여포

 

후한 시대에 환관 (내시)인 십장시들에 의해 조정이 휘둘리게 되고 황건족의 난이 발생하여 영웅들이 (유비, 조조, 원소, 손견 등) 난을 진압하지만 보상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난이 끝난 후 십장시들에 의해 장군들이 죽임을 당하는 상황을 통해 400년간 지속되었던 한나라가 멸망해 가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원소가 십장시들을 모두 죽이지만 오히려 조정을 장악한 것은 동탁이다. 게다가 정원의 의붓 아들인 여포는 정원을 죽이고 동탁에게 합류하는 등 후한 시대의 혼란과 그 혼란의 틈에서 지역의 세력들이 슬슬 커가고 큰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1권은 어쩌면 삼국지라는 시대적인 배경을 설명하고 등장인물에 대한 표현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삼국지의 주요 인물인 유비나 조조 등은 동탁과 원소 등에 가려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여기 저기 쫓기거나 지방에서 조용하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이 책에서 설명하기로는 (이문열의 평에 의하면) 적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기에 오히려 자기만을 세력을 기르고 나라에 충성하기 보다는 새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해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거의 대부분 아는 인물들이고 내용도 얼핏 아는 것 같기는 한데 이상하게도 완전히 새로운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스토리와 함께 이문열이 추가한 평역이 멋지다. 잠시도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들게 만드는데 이런 책이 벌써 출판된지 12년이나 되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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