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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에서 약 30분의 시간을 보낸 후 11시 40분 관음사 방향으로 하산을 했다. 제주 올때 마다 있는 곳이 중문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제주시로는 잘 가지 않고 주로 서귀포 지역에서 머문다. 오름에 가거나 산행을 할 때도 서귀포 위주로 하다 보니 관음사 코스는 경험한 적도 없고 생각해 본적도 없다. 그래도 이렇게 왔으니 하산은 관음사로 하자 마음먹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기 시작한지 채 5분도 되지 않아서 이 코스로 선택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치가 멋졌다. 잘 만들어진 전망대와 길이 편안함을 주었고 무엇보다 멀리 보이는 제주시와 그동안 보지 못했단 한라산 북벽 지역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였다.

북벽으로 이어지는 저 능선이 좋아보였다. 아마도 예전에는 저기로 사람이 다녔는지 능선을 따라서 길이 있다. 등산로 곳곳에 다른 곳으로 넘어갈 곳이 있지만 철조망과 함께 가지말라는 표시가 있다. 보호를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보호를 위해서 일부 지역만 다니도록 제한하는 것 역시 올바른 거라 생각한다.

아름다운 풍경과 멋진 날씨가 눈을 행복하게 하지만, 내려다 보이는 계단은 정말 아찔할 정도이다. 관음사 쪽으로 올라오지 않길 잘했다고 몇번이나 다짐할 정도로 험하다. 

 

이 멋진 풍경이 약 1시간 정도 이어진다. 그리고 숲길로 들어서면서 하늘이 막히고 지루하고 재미 없는 돌길이 계속 이어진다. 어쩌면 그 1시간의 행복을 위해 이 코스를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생각보다 돌길이 험하다. 잘못하면 무릎을 다치거나 발목이 꺽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 조심 조심 내려갔다.

관음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3시 10분. 11시 40분 부터 내려오기 시작했으니 3시간 30분이 걸렸다. 안내 표에는 하산시 소요되는 시간이 4시간 40분으로 표시되었는데 그것보다 1시간 10분을 단축했다. 3시간 30분 중 1시간은 너무나 좋았고 2시간 30분 중 2시간은 지루하고 재미없었고 마지막 30분은 너무나 힘들었다. 사실 왼쪽 발목을 살짝 삐끗해서 막판 돌길을 걸어오는 것이 힘들었다. 7시 20분부터 시작해서 3시 10분에 최종 하산 했으니 쉬는 시간 포함해서 7시간 50분이 걸렸다.

이제 관음사에서 성판악으로 가야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택시다. 실제로 관음사 입구에 택시들 몇대가 줄지어 있는데 기사분들이 어디 갔는지 보이지는 않는다. 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버스는 관음사 입구에서 475번을 타고 제주대 방향으로 간 후 길을 건너서 281번 버스를 타면 성판악에 도착한다. 카카오 지도로 검색한 결과 소요 시간은 30분.

버스 정거장에서 버스 시간표를 보니 1시간에 한대 정도 있고 가장 빠른게 3시 49분이다. 근처 편의점에서 콜라 하나 사다가 관음사 입구 캠핑장의 데크에서 누워서 쉬면서 시간을 보냈다. 옆에 휴게소가 있는데 간단히 식사하면서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475번 버스 시간표. 빨간색 표시가 관음사 입구 도착 시간이며 비교적 정확하게 온다.

데크에서 한 30분 정도 누워서 휴식을 취하니 편안하고 좋았다. 7월임에도 덥지 않았고 서울은 30도가 넘어가는데 제주는 26도 정도로 돌아다니가 딱 좋은 날씨였다. 에어컨 빵빵하게 터지는 475번 버스를 타고 산천단 정거장에서 내린다.

산천단 정거장에서 하차 후 길을 거너서 281번 버스를 타면 된다. 281번 버스는 비교적 자주오는 것 같아서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길을 건너기 직전 281번 버스가 지나갔는데 한 7분 후에 다음 버스를 탔으니 생각보다 자주오는 편이다.

성판악에서 차를 가지고 집근처에 5시에 도착했다. 아마도 버스를 타지 않고 택시를 탔다면 한 40분 정도 시간 절약을 했을 것이고 관음사로 내려오지 않고 성판악으로 바로 하산했으면 2시간 정도 시간을 줄였겠지만 버스를 타며 이동하는 것도 나름 괜찮은 재미였고 관음사로 내려가는 첫 1시간은 너무나 멋져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잘한 선택이였고 나름 하루를 잘 보낸것 같아 뿌듯하다. 

집근처 국밥집에서 밥을 먹는다. 오늘 먹는 첫끼다.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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