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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오게된 제주. 올해만 벌써 3번째이고 3번 모두 아무런 계획 없이 "그냥 제주 가서 쉬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어서 왔다. 제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이미 30여번 온 제주는 특별한 박물관들을 제외하고는 안가본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익숙한 곳이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할지 항상 고민이 된다.

그동안 안해본 것이 무엇이였지? 예전에 해보고 안한건 무엇이였지? 고민하다가 갑자기 한라산 정상 백록담을 보고 싶었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리는 상황이였지만, 여행 기간 동안 그래도 날씨가 좋은 날이 하루는 있겠지 생각했다.

도착한 다음 다음날, 정말 거짓말 처럼 날이 맑아졌다. 군데 군데 구름이 있지만, 오히려 한 여름에는 그늘이 있는 것이 좋다. 새벽에 밖의 하늘을 바라보고 급히 준비해서 나왔다.

중문 집에서 출발한 시간은 6시 40분. 좀더 서둘렀어야 하는데 이것 저것 준비하다가 시간이 늦어졌고 성판악 주차장에 7시 10분에 도착하였는데 역시나, 주차장은 모두 가득 찼다. 대한민국 사람들 참 부지런 하구나, 평일 그것도 새벽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하겠다고 모여 든다니. 대충 갓길에 세워두고 등반을 시작한 시간이 7시 20분이다.

오늘 오르고자 하는 코스는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 간 후 관음사 코스로 내려가는 것이다. 안내에 나와 있는 정보로는 등반시 9.6 km에 4시간 30분, 하산은 8.7 km에 4시간 40분이다. 그래서 총 18.3 km 에 9시간 10분이 소요될 예정이며, 백록담에 올라서 시간을 보내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13시에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쳐야만 백록담에 갈수 있다. 단 1분만 넘어도 대피소 앞에서 못가도록 막는다.

성판악 코스는 초반은 매우 쉽다가 중반 후반에 살짝 어려워지고 후반부에는 상당히 어려워지는 특징을 가진다. 뒷부분 빨간색 부분만 힘을 내면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이고 실제로 백록담에 등반하는 코스 중 가장 쉽다.

관목에 둘러 쌓여서 하늘이 보이지 않는 다소 답답한 길이 계속 이어진다. 이런 길을 약 3시간 동안 계속 걸어야 한다. 

해발 1000m에 도달했다. 성판악 주차장이 해발 750m 이니 250m를 올라온 것이다. 계속 나무 계단과 돌밭이 뒤섞인 상태에서 이어진다.

속밭 대피소에서 물한잔 먹고 올라간다. 새벽에 나오느라, 김밥 집이 문을 열지 않아서 편의점에서 산 생수와, 빵, 핫브레이크가 전부이다.

올라갈 수록 조금씩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늘색을 보니 백록담에 올라가서 보일 전망이 기대가 된다. 희망을 가지고 힘을 나서 계속 올라간다.

해발 1200 m를 넘었다. 표지석이 1100m는 없는 것 같다.

사라 오름으로 갈수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사라오름까지 갔다 오는데 40분 정도 소요된다. 패스하고 계속 오른다.

레일이 올라가는데 타고 싶어질 정도로 슬슬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포스코가 만들었는지 아니면 후원 했는지 기업 로고가 박혀 있다.

해발 1300m. 현재까지 그래도 쉬지 않고 올라가고 있다.

해발 1400m에서 가파른 계단을 만났다. 다행히 나무 계단이라 그나마 쉽게 올라갈 수 있었는데 아직 빨간색 구간이 아닌데도 헉헉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달래밭 대피소 앞에 도착했고 답답했던 관목들이 없어지고 하늘이 갑자기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관목 숲을 탈출했고 눈으로 즐기며 산행을 계속하면 된다.

부상자가 있는지 헬기가 왔다 갔다 한다. 119 헬기는 아닌것 같은데. 산림청 헬기인가? 이국종 골든아워를 읽고 나서인지 관심이 많이 간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핫브레이크 하나와 생수를 마시고 약 10분 정도 휴식한 후에 다시 등반을 시작했다. 여기서부터는 빨간 코스. 안내상으로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나와있다. 아무 생각 없이 오르기 시작한다. 같은 페이스로 등산하시는 분들과 몇마디 이야기 하면서 올라가긴 했는데 솔직히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ㅠㅠ

멀리서 한라산의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계단의 경사도는 점점 더 커져서 올라가기가 힘들어졌지만, 뒤로 펼쳐진 멋진 전망에 힘을 내어본다.

날씨가 좋아서 그리고 미세먼지가 없어서 멀리 성산일출봉과 우도까지 보인다.

정상에 오자 마자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인증샷 찍는 거다. 다행히 아무도 없어서 인증샷 찍고 뒤에 바로 도착한 분께 부탁해서 개인사진도 찍었다. 주말이나 성수기 때는 이 돌 앞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줄을 서서 사진 찍는데 40분씩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난 다행히 1초도 기다리지 않았다.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10분. 7시 20분에 출발하였으니 3시간 50분이 걸렸다. 안내에 적혀있는 평균 기록인 4시간 30분에 비해서 약 40분 정도를 단축시켰다. 힘들었는데 나름 선방했나 보다.

뒤로 사람들이 계속 올라오면서 백록담 비석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뒤이어 사람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니 저 줄은 더 늘어날 것이다.

30분 정도 백록담과 제주도 풍경을 감상하다가 11시 40분에 하산을 시작했다. 차도 가져왔고 관음사 코스로 내려가는 것이 1시간 정도 더 소요되기에 성판악 쪽으로 내려갈까 약간 망설였지만, 관음사 코스는 한번도 가보지 않아서 원래 계획대로 내려갔다. (너무 힘들었음. 관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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