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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열 번 이상 제주에 가다 보니, 차에 대한 고민이 있다. 비행기표는 시간과 요일을 잘 고르면 저렴한 표를 아직까지는 구할 수 있지만 코로나로 해외 여행이 막히면서 제주 여행객이 많아졌고, 그로 인해 렌트카 비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작년 여름 극성수기 때 소형 차량을 빌리는데 1주일에 100만원을 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수량이 부족해서 선택권이 별로 없을 정도였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집에 있는 차 한대를 제주에 가져다 놓기로 했다. 한 10년 전에, 제주에 차를 가져다 놓았던 적이 있는데 자동차세, 차량 보험료, 차량 수리비, 공항에서 집까지 오고가는 교통비 등을 감안하면 차라리 올때마다 렌트를 하는게 더 좋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지금은 렌트비가 오르면서 차를 가져다 놓는 것이 더 편리하고 경제적이라 판단했다.
집에서 제주까지 차를 가져가는 방법은 탁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과 직접 차를 몰고 배에 선적해서 가져가는 방법이 있다. 대략적으로 알아본 바로는 다음과 같았다.
1. 탁송 서비스
몇 군데 문의 했는데 공통적으로 탁송 기사님이 약속한 시간에 약속한 장소로 오신다. 회사 혹은 집으로 약속하면 오셔서 목포에 배를 선적하고 제주항에 내려 놓는 시스템이다. 옵션이긴 하지만, 제주도의 원하는 곳까지 탁송해 주기도 하는데 추가 요금이 들어간다. 비용은 차종마다 다르지만 내 SUV는 25만원 정도 견적이 나왔고 중문까지 옮기게 되면 29만원이 든다. 만약 다른 사람이 내 차를 운전하는게 마음에 안든다면 캐리어로 실어 가는 방법도 있는데 당연히 비쌀 것 같아 문의하지 않았다.
탁송시 주유는 가득해 놓아야 하며 하이패스도 달려 있어야 한다. 즉 25만원에 주유 및 고속도로 통행료가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가격이 괜찮았다.
2. 직접 이동하는 방법
직접 이동시에는 제주로 가는 항구를 선택해야 한다. 항구마다 출항하는 시간, 비용, 소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잘 살펴봐야 한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다음 4가지 였다.
운항 노선 | 소요 시간 | 차량 선적비 | 여객비 | 선사 URL |
인천 -> 제주 | 14시간 30분 | 약 33만5천원 | 약 6만원 | http://www.ihydex.com/ |
여수 -> 제주 | 5시간 30분 | 약 17만5천원 | 약 4만5천원 | https://www.hanilexpress.co.kr/ |
목포 -> 제주 | 5시간 | 약 15만5천원 | 약 3만2천원 | https://www.hanilexpress.co.kr/ |
완도 -> 제주 | 2시간 30분 | 약 16만5천원 | 약 3만원 | https://www.hanilexpress.co.kr/ |
** 같은 노선이라도 배의 종류에 따라 비용이 다를 수 있음
** 선사 홈페이지를 보면서 알아본 요금으로 현재는 다를 수 있음
** 주중 요금 기준으로 알아봤으며, 여객비는 등급에 따라 차이가 많았지만 중간보다 약간 낮은 자리를 선택
일단 "인천->제주"는 집에서 가깝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가격이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려서 1차로 제외시켰다.
이 중에서 제일 눈에 띄는게 완도였는데 운전해야 하는 시간이 제일 길지만 배시간이 제일 짧았고, 새벽 2시 30분에 출발해서 5시에 제주항에 도착하기 때문에 회사에 휴가를 쓰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다른 시간에 출발하는 배편도 있다.) 목포 역시 새벽 1시에 출발하는 배가 있지만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날짜에는 9시 출발 밖에 없어서 더 고민하지 않고 "완도 -> 제주" 노선을 선택했다.
결론적으로 가격은 차량과 여객비용 해서 약 20만원이 들었고 추가로 주유비와 하이패스 비용이 든다. 탁송 비용이 25만원이였으니 가격적으로는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물론 탁송을 이용하면 추가로 비행기 요금이 들어가지만 그래도 들어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큰 차이는 아니라서 살짝 고민이 되긴 했다. (약 10만원 정도의 가격, 9시간의 이동 시간)
3. 여객 선택 및 예약
비행기 예약하는 것처럼 여러 개를 비교해 보고 검색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선사의 홈페이지에서 예약했다.
노선을 선택한 이후 좌석을 선택해야 하는데, 비행기에 비즈니스, 프리스티지, 이코노미 있다면 배는 좀 더 다양한 옵션이 있다. 내가 탈 배인 실버크라우드는 좌석 등급이 다음과 같다. (선사 홈페이지 참고)
특등과 1등은 침대로 되어 있으며 정원이 2명과 4명이다. 인당 요금이 아니라 실당 요금이라 1명이 이용하건 2명이 이용하건 가격은 동일하다. 나는 혼자 가는 관계로 침실은 선택 안했고 나머지를 알아봤다.
2등 의자 : 말 그대로 의자에 앉아 가는 건데, 배에 가서 살펴보니 의자가 꽤 편해 보인다, 자면서 갈게 아니면 선택해도 괜찮을 것 같다. 130명 이용 가능
2등 객실 : 마루 같은 방이다. 침구류는 없고 딱딱한 베개와 구명조끼가 준비되어 있다. 정원 20명
3등 객실 : 2등 객실과 동일하다. 정원 40명
2등 객실과 3등 객실 가격이 2천원 정도 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정원은 2배나 차이가 나서 2등 객실을 예약했다. 잠깐이라도 자고 싶어서 의자는 선택하지 않았다.
선사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완료하니 바로 카카오톡으로 알람이 왔고 모바일 티켓도 받을 수 있는 url이 있어서 별도의 티케팅 없이 바로 차를 타고 배에 탈 수 있었다.
4. 실버클라우드 타고 제주로
승선 안내 카톡에는 출항 전 1시간 30분 부터 차량 선적이 가능하고 출항 전 30분 부터 여객 승선이 가능하다고 나온다. 차량은 출항 30분 전 이후는 안되고, 승객은 출항 전 10분 이후는 탈수 없단다. 계산해 보니 완도에 새벽 1시~2시 사이에 도착하면 된다. 넉넉하게 출항 1시간 전인 1시 30분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집에서 출발하였다.
차량을 선적하는 곳은 완도여객터미널 옆에 있는 제3부두로 줄서 있는 차들을 쫓아 갔더니 아래 그림처럼 내가 타야할 배가 보인다.
모바일 승선권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차들이 줄서 있는 건물에서 별도의 티켓팅을 해야 한다. 모든 차량이 그냥 지나치는 걸 보니 대부분 다 모바일 티케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차종과 차량 번호를 확인하면 바로 배로 운전해서 들어가는데 안내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주차 할 수 있다.
차량을 선적하고 나면 객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배에서 나와서 여객터미널에서 대기해야 한다. 모바일 티케팅을 하지 않으면 여기서도 별도의 티케팅 작업을 해야 한다. 한 30분 정도 기다리니 승선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완도여객터미널은 시설이 깨끗하고 훌륭했다. 난방도 잘 되어서인지 춥지 않게 대기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배는 깨끗했고 화장실도 상태가 괜찮았다. 앞에서 뒤까지 쭉 둘러봤는데 보기 보다 훨씬 크다.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편의점, 카페, 자판기 그리고 오락실 등이 있다.
낮에 갔으면 바다 경치가 정말 좋았을 것 같은데 밤이라 온통 검은 색 밖에 보이지 않았고 생각보다 무서워서 고개한 번 내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전 펜스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지만,,, 밤이라 더 무서워 보였던 것 같다.
내가 묶을 2등 객실 5206호이다. 정원이 20명이지만 실제로 들어온 사람은 나 포함 6명이다. 배를 한바퀴 둘러보면서 3등 객실을 봤는데 2등 객실과 방 크기는 동일하지만 사람들이 훨씬 많이 있다. 2천원 차이 밖에 안 되는데. 2등 객실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 2등 의자석도 가봤는데 의자가 생각보다 쿠션도 있고 괜찮아 보이긴 했지만 밤에는 누워서 가는게 더 좋아서 객실을 선택하길 잘했다. 2시간 30분 밖에 안되는 거리이지만 그래도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어서 다음날 피곤함이 덜 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있어서 내부 사진은 찍지 않았다.)
배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와 진동이 있었지만 그리 불편하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파도가 크지 않아서 흔들림도 거의 없었는데 제주 바다에 가까워 지니 앞뒤 옆으로 롤링이 좀 있었다. 이 때 잠에서 깨었고 살짝 긴장이 되기도 했다. 정확히 2시간 30분인 5시에 제주항에 도착하였다.
제주항에 도착하면 안내에 따라 차에 탑승해서 기다리면 일하시는 분들이 휠에 고정해 놓은 것을 제거해 주시고 순서에 따라 하선하면 된다. 제주에 가져간 차가 10년 이상 된 낡은 차라 상관 없지만 비싼 차이거나 휠에 투자를 많이한 경우는 때가 타거나 기스가 살짝 날 수 있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계약서 상으로는 기스 등에 대해 보상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제주항에 내려서 중문까지 운전을 해서 도착하니 6시 30분 정도 되었다. 집에서 출발한지 10시간만에 차를 선적해서 제주 집에 도착했다. 집근처 해장국집에서 이른 아침을 먹으며 제주로 차량을 이동하는 미션을 완수했다.
5. 차량 선적 결론
주유비와 고속도로 통행료, 완도-제주 비용을 포함하면 약 27만원 정도 들어간 것 같다. 왕복으로 하면 54만원이다. 거기다 편도로 5시간 운전에 터미널에서 1시간 대기, 배시간 2시간 30분, 배에서 내리는 시간 30분 정도 해서 집에서 제주도까지 가는데 9시간 정도 걸렸다. 그리고 내린 당일날 상당히 피곤해서 거의 하루 종일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차를 제주도에 선적해서 가져가는 것이 좋은 경우는
- 여행하는 동안 렌트비가 최소 54만원 이상 나오고
- 편도 9시간, 왕복 18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있어야 하고
- 그렇게 운전하고 배를 타고도 피곤하지 않을 체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 비용을 좀 더 보태서 탁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내 차를 전혀 모르는 탁송 기사님에게 장기간 맡겨 놓아야 한다는 불안감도 사실 있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내가 아끼는 차를 혹시나 목포나 완도까지 과속을 하거나 난폭운전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내 생각에는 최소 2주 이상 제주에 머물 경우에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고 그렇지 않다면 가격을 떠나서 렌트가 더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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