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이대입구

정말 오랜만에 신촌과 이대입구에 다녀왔다. 몇년 전 장례식 때문에 병원만 잠깐 들렸던 것을 제외하면 아마도 대학교 졸업 이후 거의 처음이다. 25년만인가? 

이번에도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올 일이 있었고, 장례식 조문만 하고 그냥가기 싫어서 일부러 대중교통으로 왔고, 집에 가는 길에 여기 저기 돌아다녔다.

 

이대와 연대를 연결하는 육교는 현대화 되어 있다. 엘레베이터도 설치되어 있고. 주로 이대 입구 쪽으로 놀러 다녔기에 저 육교를 건널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대학교 1학년~2학년 때 자주 다니던 이화여자대학교 다락방전도협회. 이대 학생만을 위한 모임은 아니고, 다른 여러 학교에서도 모였다. 여기에 가게 된 계기는 사실 잘 기억이 안난다. 여러 인연이 있었던 것 같고, 기독교적인 모임도 있긴 했지만 그 이후에 다른 대학 사람들과 모여서 노는게 재미있었다. 학교에서 가는 MT는 안가도 여기 MT는 갔었던 기억이. 고등학교 선배도 몇명 있어서 재미있게 다녔었는데 여전히 그 자리를 변함 없이 지키고 있다.

다락방 전도협회 건물에서 이대 쪽으로 넘어가는 뒷골목. 참 많이도 다녔던 길인데 당시엔 인도가 없었고 주로 전경차와 전경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 앞을 지나가면 뭐라 뭐라 중얼 거리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욕을 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번은 여자 선배와 같이 둘이서 지나가는데, "웃지마라", "좋냐" 이런 소리와 함께 여성분에게 온갖 성희롱성 말을 쏟아 냈던 기억이 있다. 전경에게 맞아서 사람이 죽던 시절이라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지나갔던 기억이 아직도 깊게 남아 잇다.

이대로 가기 위한 지름길로 주로 사용하던 터널. 뭐라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보니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다.

여러 사람이 이중 삼중으로 그려 넣을걸 보니, 낙서 수준인듯 싶기도 하고.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에서 한강으로 넘어가기 위한 터널의 그라피티와는 수준이 많이 다르다. 아무래도 거기는 전문 작가들을 모아서 그리고 계속해서 관리하는 곳이기에 다른 것일 수도.

신촌역. 지하철 신촌역이 아니라 국철 신촌역이다. 저기서 기차를 타고 대성리나 장흥 같은 곳으로 놀러 다녔던 기억이. 원형의 모습은 유지한채 지금은 관광안내소로 활용하고 있다. 뒤에 멋지게 다시 지은 신촌역과 큰 건물이 있지만 사람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대 상권이 망해간다는 얘기를 뉴스를 통해 종종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방학이라 잠시 장사를 접은게 아니라 거의 대부분 폐업 상태. 방학 연휴 주말 상관 없이 항상 붐비던 이곳이 이렇게 사람 없는 그리고 공실만 있는 지역으로 변할 줄이야. 듣기만 했지만 이렇게 막상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추억들이 많은 골목인데.

저기 어딘가에 민주떡볶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찾아보니 없다. 사실 정확한 위치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네이버를 찾아보니 폐업한지 한 3~4년 된듯 하다.

이화여대 정문 앞. 버거킹이 있었고, 저 정문 앞을 "바보 스테이지"라고 불렀었는데. 이대 다니는 친구 만나러 가면 꼭 저기에서는 기다리지 말라고 신신 당부 했던 기억이 있다. 

간만에 많이 걸었다. 신촌세브란스장례식장에서 이대 입구를 지나 한참을 더 걸었고, 옛날 추억이 있는 골목과 장소들을 둘러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한편으론 예전의 화려함은 없어지고 쓸쓸하고 처량한 기분만 들어서 참으로 묘했다. 

영하 10도에 육박하는 추운 날씨와 주말 그리고 방학이라는 것이 겹쳐서 그렇게 보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자주 왔던 그 시절에는 그런 것 상관 없이 항상 붐비던 곳인데. 그리고 민주 떡볶이를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도 크다. 지금 먹어보면 예전의 그 맛이 날지는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