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김영하 "여행의 이유" - 추천

처음 김영하 작가의 책을 읽었다.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TV 예능 프로그램인 "알쓸신잡"에서 뛰어난 언변과 지식을 자랑했던게 기억이 나지만, 이 작가의 책은 사실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지만, 사실 여행을 막상 떠나려면 쉽지가 않다. 하던 일을 멈춰야 하고, 누군가에게 그 일을 부탁해야 하며 같이 가는 사람들과의 스케줄도 맞아야 한다. 어떤 경우는 여행 가서 해야 할 스케줄과 사야할 것들을 정리하고, 예산을 마련하고 예약을 하는 등의 수고를 해야 하기에... 여행이라기 보다는 굉장히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으로 바뀔 때가 있다. 누군가, 회사에서는 회사 프로젝트를, 집에서는 집 프로젝트를, 여행 가서는 여행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얘기를 한적이 있다. 그리고 내 주의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갔다 온 다음 날 물어보면 "힘들어 죽는줄 알았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계속 여행을 가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 책의 제목이 여행이 들어가지만 사실 여행 책은 아니다. 여행 책에 나오는 사진과 장소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다. 이 책은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작가의 생각을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김영하 작가의 여행 스타일은 No plan is best plan 인듯 싶다. 훌쩍 떠나고, 떠났다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고, 심지어 중국으로 장기 체류하러 가는데 비자를 만들지 않고 가는 에피소드도 얘기하는 걸 보면, 쉽게 쉽게 여행을 가는 스타일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점이 좋았다. 작가 본인은 많은 계획을 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가볍게 떠나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현지에서 즐기는 여행을 하는 것 같았고 그 내용이 좋았다.

 

책에는 총 9개의 에피소드가 나오고 그 에피소드를 통해서 작가가 생각하는 여행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첫번째 에피소드인 "추방과 멀미"에서 중국도 무비자 입국인 줄 알고 비자를 가지고 가지 않았던 이야기, 그리고 대학교 때 대학생 연수 프로그램으로 중국에 방문했던 이야기가 나오는데, 스토리 흡입력이 대단했고 그 이후 순식간에 책을 읽어나갔다. 운동권 학생으로 당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던 중국에 가서 본 그 충격, 그리고 규정을 무시하고 베이징 대학교 학생과 만나서 얘기했을 때의 당황스러움이 어쩌면 김영하 작가의 인생에 큰 변화의 이유였던 것을 보인다.

 

나에게 있어 "여행의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 봤다. 여러가지 있겠지만 "삶의 휴식"일 수도 있고,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재미있게 잘 읽었고, 작가의 여행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도 작가의 화려하지는 않지만 논리 정연한 글 흐름과 깔끔한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김영하 작가의 소설들을 쭉 읽어보려고 한다.

 

책을 읽고난 후 유투브를 검색해 보니 "여행의 이유" 관련 김영하 작가가 나온 것이 있어서 아래 링크를 걸었다.

 

https://youtu.be/JxhsCA6dc5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