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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져서 11월 초임에도 불구하고 영하까지 떨어졌다. 오늘은 꼭 둘레길을 걷겠다고 마음 먹었으나 춥다는 핑계와 더불어 나이들어 추울 때 돌아다니면 큰일 난다는 생각에 어영 부영 시간 보내다 다소 늦게 집에서 나왔다.
서울시의 6코스 안내지도를 보니 산은 전혀 없고 평지이다. 지도만 봐서는 언덕 조차 없어 보인다. 난이도 역시 하이고 평지인 안양천과 한강을 걷는다. 지도상으로 예상시간은 4시간 30분이다.

 네이버 지도를 통해 살펴본 바로는 편의점이 석수역, 구일역에 있다. 그리고 계속되는 평지로 보여 오늘은 등산화나 트레킹화가 아닌 걷기 좋은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나왔다.

첫번째 스탬프 찍는 장소는 석수역 2번 출구 나오면 바로 있다. 오늘은 스탬프 도장 빠트리지 말고 다 찍자고 다짐하고 시작한다.

역을 나와서 왼쪽에 스탬프 우체통이 있다. 둘레길 방향 표시와 다른 위치에 있으니 주의 해야 한다.

도심지를 좀 지나면 안양천으로 들어가기 위한 길에 진입한다. 날씨가 싸늘하고 초겨울에 접어들어서인지 길이 적막해 보인다. 양쪽에 벚꽃 나무가 늘어서 있는게 여기는 봄에 와야 좋겠구나 싶었다.

"당신의 뱃살은 안녕하십니까?" 뱃살 관리 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커지는 것을 느낀다. 혹시나 싶어 가방을 벗고 통과 해 봤는데 다행히 가뿐하게 지나갔다.

안양천 진입. 비록 영하에 가까운 날씨이지만 아직 푸른 색이 많이 보이고, 코스모스도 활짝 펴있다. 춥고 귀찮아도 이렇게 밖에 나오면 기분도 좋고 걷는 재미도 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게 헬스장 문 열고 들어가는 거라는데 등산이나 둘레길 걸으러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왼쪽으로는 안양천, 오른쪽으로는 항상 막히는 서부간선 도로이다. 넓지 않은 언덕 양쪽이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날이 추워서인지 낮 12시인데도 안양천에 사람이 없다. 간혹 지나가는 자전거와 아주 드물게 걷고 뛰는 사람들만이 보인다.

봄에 왔으면 멋있었을 벚꽃 터널. 이러한 길이 서울둘레길 6코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석수역에서 한강 합수부에 도달하기 전까지 벚꽃나무가 양쪽에 있는 뚝방길을 계속 걷게 된다. 뚝방길이 너무 지겨우면 내려가서 안양천길을 걸어도 좋을 것 같다. 어차피 걷다보면 한강에서 만난다.

6코스의 중간 지점인 구일역에 도착했다. 계속되는 뚝방 길에 벚꽃나무 터널이라 특이한 것은 없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중간스탬프 찍는 위치까지 왔다. 구일역안에 철도청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따뜻한 커피 하나 구입하고 스탬프를 찍고 계속 걸었다.

구일역은 예전 고척 스카이돔에 야구보러 왔을 때 한번 이용했다. 다시 와보니 예전 한창 야구 좋아해서 돌아다니던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은 그때의 야구 열정은 없어지고 인터넷으로 경기 결과만 조금씩 확인하는 정도이다.

"고양이입양카페"라는 곳에 잘 만들어진 계단이 있어서 여기 앉아서 집 앞에서 사온 김밥과 구일역에서 구입한 캔 커피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도시 구간에 안양천길이라 편의점이나 식당이 그래도 좀 있을 줄 알았으나 석수역에서 시작해서 구일역까지 역사내에 위치한 편의점 외에는 보이질 않는다.

고척 스카이돔. 김포공항에 착륙하기 위한 비행기가 수시로 지나쳐 간다. 쌀쌀한 날씨이지만 파란 하늘이 멋있다.

스카이돔을 지나니 조금씩 사람들이 보인다. 이 구간 부터 안양천 주변에 생활 운동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축구장, 족구장, 야구장, 배트민턴에 테니스 등. 사람들도 많이 모여서 토요일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둘레길 6코스의 약 3분에 2를 지나치니 멀리 한강이 보이기 시작한다. 

안양천 합수부. 분당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여기까지 왔던 기억이 있다. 탄천, 안양천 등 아무리 잘해놔도 역시 한강에 비할 수는 없다. 한강이 주는 넓고 확트인 느낌은 대한민국에서 최고인듯.

한강자전거 길을 따라 가양대교 가기 전에 왼쪽으로 진입하면 서울둘레길 6코스의 마지막 스탬프 우체통이 나온다.

오늘은 정신 차리고 걸었더니 스탬프를 빠짐 없이 3개 모두 찍었다. 이게 뭐라고, ㅎㅎ 신경쓰인다.

지하철 9호선 가양역에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피곤한 몸에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저녁을 근사하게 먹었다. 이러니 아무리 걷고 올라가고 해도 살은 빠지지 않고 오히려 뱃살은 늘어나나 보다.

 
완주해 보니 결론적으로 6코스는 재미있지는 않다. 언덕하나 없고, 오르막 하나 없이 평지를 계속 4시간 30분 동안 걷는다. 오래 걷긴 했지만 땀한방울 맺히지 않는다. 그리고 계절별로 다르겠지만 석수역에서 한강 합수부까지 양쪽으로 벚꽃 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데 봄에 오면 끝 없는 벚꽃에 멋진 길을 만들겠지만 초겨울의 벚꽃나무는 멋짐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그래도 오늘 하루 한개 코스 끝냈다는 기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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